어느 날 카드값을 뜯어보다가 구독료만 따로 세보고 좀 놀랐다. 넷플릭스 하나둘 수준이 아니라, 개발도구부터 AI, 영상편집, 투자 툴까지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컸다. 이걸 디지털 월세라고 부르기로 했다. 실물 방을 안 빌려도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고정비라는 점에서 월세랑 똑같으니까. 세보니 지금 활성 구독만 월 약 32만원, 연으로 388만원이었다. 영수증을 한 장씩 다 까서 원화로 맞춰본 기록이다.
ℹ️ 집계 기준
아래 금액은 각 서비스 결제내역·영수증 캡처를 직접 확인한 값이다. 달러 결제분은 1 USD = 1,500원(2026년 6월 기준)으로 환산했고, 연 결제·24개월 결제는 월 단위로 나눠 평균냈다. 환율이 바뀌면 외화 구독의 실부담도 달라진다.
구독 서비스 전체 목록과 월 비용
| 서비스 | 카테고리 | 결제주기 | 달러 | 원화 | 실사용도 |
|---|---|---|---|---|---|
| Claude (Anthropic) | AI·코딩 | 월간(정액) | $100 | — | 극상 |
| Higgsfield Creator | AI 이미지·영상 | 24개월 일시납 | $896.40 (월 $37.35) | — | 상 |
| TradingView Premium | 투자·차트 | 연간 | $238.66 (월 $19.89) | — | 상 |
| Google AI Pro (Gemini) | AI | 월간 | — | ₩29,000 | 상 |
| Suno Pro | AI 음악 | 연간 | — | ₩77,000 (월 ₩6,417) | 중 |
| CapCut Pro | 영상편집 | 연간 | — | ₩178,000 (월 ₩14,833) | 중 |
| Vrew 스탠다드 | 영상편집 | 연간 | — | ₩229,000 (월 ₩19,083) | 하 |
| YouTube Premium | 미디어 | 월간 | — | ₩14,900 | 필수 |
| iCloud+ 200GB | 저장 | 월간 | — | ₩3,300 | 필수 |
| 합계 (월 기준) | $157.24 | ₩87,533 | |||
| 원화 환산 합계 (월) | ≈ 323,000 |
월 32만3천원, 반올림하면 월 32만원. 연으로 환산하면 약 388만원이다. 서울 어지간한 원룸 월세와 맞먹는 돈이다. “디지털 월세”가 영 과장은 아니었다. (표에는 최근 해지한 JetBrains는 뺐다. 그 얘기는 아래에.)
참고로 이 표는 정액·정기 구독만 담았다. 이 밖에 ChatGPT·Google AI Studio·타입캐스트(TypeCast) 같은 건 API·종량제로 그때그때 쓰는데, 쓴 만큼 요금이 붙는 성격이라 고정 “월세”에는 넣지 않았다.
카테고리별 비중, AI 구독이 75%
숫자를 카테고리별로 묶으면 그림이 확 바뀐다.
- AI 생성·코딩 (Claude·Gemini·Higgsfield·Suno): 월 ~241,000원 → 전체의 약 75%
- 영상편집 (Vrew·CapCut): 월 33,916원
- 투자 (TradingView): 월 29,833원
- 개발도구: 현재 0원. 쓰던 JetBrains를 최근 끊고 무료 툴(VS Code, Ghostty)로 옮겼다(아래)
- 인프라·미디어 (iCloud·YouTube): 월 18,200원
몇 년 전만 해도 내 구독은 넷플릭스·유튜브 정도였다. 지금은 AI 도구가 지출의 대부분을 먹는다. 구독 지형이 미디어에서 생산·창작 도구로 완전히 넘어온 게 내 카드값에 그대로 찍혀 있었다.
최대 항목 Claude, 정액 구독과 토큰 관리
가장 큰 덩어리는 Claude다. 월 100달러(약 15만원) 정액 구독으로, 전체 디지털 월세의 46%를 혼자 차지한다. 원래는 월 10달러짜리 등급을 썼는데, 코딩·토이프로젝트에 쓰는 양이 늘면서 토큰 한도가 계속 모자라 100달러 등급으로 올렸다.
정액인데도 신경 쓸 게 하나 있다. 이 구독은 주간 토큰 한도와 5시간 단위 세션 한도가 있어서 무제한이 아니다. 한도를 넘기면 다음 리셋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내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려고 텔레그램 봇을 직접 만들어 매일·매주 토큰 사용량과 세션 충전 시점을 알림으로 받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숫자가 나온다. 봇이 잡아준 최근 14일 토큰이 737.2M인데, 이걸 API 공개 단가로 환산하면 약 $673이다(봇이 참고로 계산해주는 값이고 실제 구독요금과는 무관하다). 종량제였으면 2주에 $673 나갈 양을 월 $100 정액으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거의 매일 붙어 있으니 정액 쪽이 압도적으로 남는다. 안 쓰면 아까운 다른 구독과는 반대로, 이건 한도 안에서 최대한 뽑아 쓸수록 이득이다.
외화 구독과 환율 리스크
활성 구독 중 3개(Claude·Higgsfield·TradingView)가 달러 결제다. 이게 좀 성가신 게, 같은 구독인데도 환율에 따라 실부담이 달라진다.
극단적인 예가 Higgsfield였다. 2026년 1월 결제 영수증에 찍힌 적용 환율이 1달러 = 1,503원이었다. $896.40이 원화로 1,347,713원 청구된 거다. 만약 환율이 1,300원이던 시절이었다면 같은 달러 금액이 약 116만원으로, 20만원 넘게 차이 난다. 달러 구독이 많을수록 원/달러 환율이 곧 내 고정비 변수가 된다.
TradingView도 달러 결제인데, 여기선 환율 말고 다른 게 보인다. 구독료 $216.96에 세금 $21.70이 붙어 최종 $238.66이 청구됐다. 해외 서비스라고 부가세가 빠지는 게 아니라는 것. 환율에 세금까지 얹히면 표시가격과 실제 청구액 차이가 더 벌어진다.
💡 달러 구독은 환율까지 계산에 넣자
달러로 결제되는 구독은 카드사 청구 시점 환율이 그대로 반영된다. 내가 실제로 얼마 내는지 감을 잡으려면 결제 금액에 그날 환율을 곱해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 계산기로 달러 구독료를 원화로 바로 환산해볼 수 있다.
연 결제·장기 구독의 함정
구독을 연 단위나 장기로 결제하면 대개 할인이 크다. 대신 함정도 있다.
JetBrains는 2021년 IntelliJ IDEA Ultimate로 시작해 All Products Pack까지 5년을 썼다. 연속 사용 할인(continuity discount)이 20%→40%로 붙으면서 갱신가가 관리돼왔다. 그런데 이건 최근에 끊었다. 정규직으로 매일 IntelliJ·DataGrip을 쓸 땐 값을 톡톡히 했는데, 2025년 10월 은행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이 도구를 쓸 일이 사라졌다. 남은 기간을 환불받고 정리했다. 지금 업무 외 개발엔 VS Code와 Ghostty로 충분하다. 그래서 위 합계에는 JetBrains를 넣지 않았다. 안 쓰게 된 김에 바로 끊었으니까.
Higgsfield는 더 공격적이었다. 정가 $5,976짜리 24개월 플랜을 홀리데이 85% 할인으로 $896.40에 질렀다. 월로 나누면 3만7천원꼴이라 싸 보이는데, 결제 순간 카드엔 134만원이 한 번에 찍혔다. 월 단가는 낮아져도 목돈이 한 번에 빠지는 거다. 게다가 24개월을 다 쓸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할인율에 혹해서 안 쓸 서비스를 길게 묶으면 그게 진짜 손해다.
안 쓰는 구독 정리 기준
구독 정리 글은 보통 “안 쓰는 거 끊어라”로 끝난다. 내 경우엔 9개 중 6개가 극상·상·필수라 대부분 값은 한다. 안 쓰게 된 JetBrains는 이미 끊었고. 그래도 전부 본전을 뽑는 건 아니다. Vrew가 ‘하’로 떨어졌다. 처음엔 자막·편집에 꽤 썼는데, CapCut으로 편집을 자동화하는 걸 만든 뒤로 켤 일이 확 줄었다. 도구 하나가 다른 구독 역할을 먹어버렸다. 그런데 연 ₩229,000은 여전히 꼬박 나간다. 다음 갱신 때 제일 먼저 끊을 생각이다.
내 디지털 월세는 대체로 본전은 뽑되, Vrew처럼 식은 건 그때그때 잘라내야 유지된다. 그래서 챙기는 건 이런 것들이다.
- Claude처럼 한도 있는 정액 구독은 사용량을 본다. 무제한이 아니라서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본전을 뽑는다.
- 달러 구독은 원화 고정비가 아니다. 환율을 하나의 변수로 두고 본다.
- 장기 할인은 끝까지 쓸 것에만 건다. 할인율보다 완주 가능성을 먼저 본다.
- ‘중·하’로 내려간 건 분기마다 다시 본다. CapCut·Suno는 일단 유지, Vrew는 다음 갱신에 정리.
구독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월 32만원이면 월급 실수령액 기준으로 실수령 290만원 직장인의 약 11%다. 적지 않은 비중이다. 물론 이 지출이 업무 생산성과 토이프로젝트 결과물로 돌아오면 투자에 가깝지만, 만약 이 돈을 매달 연금저축·IRP 같은 절세 계좌에 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계산도 한 번쯤 해볼 만하다. 구독은 편익이 즉시 오는 대신, 그 돈의 기회비용은 잘 안 보인다.
“무작정 줄이자”는 아니다. 그냥 내 디지털 월세가 얼마인지 숫자로는 알고 있자는 쪽이다. 이 글 쓰느라 처음으로 총액을 제대로 봤는데, 바로 Vrew 하나가 정리 대상에 올랐다. 액수를 모르면 이런 것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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